박새들 : CHAKUI CONTEST

착의(着意) – 어느 피조물의 랩소디 이 삶에, 온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결같은 전진은 없다. 정해진 단계들을 거쳐 나아가다가 마지막에 멈추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유년기의 무의식적인 도취, 소년기의 맹목적인 신념, 사춘기의 의심 (모두에게 공통된 운명), 이후 회의, 그리고 '만약에'를 심사숙고하는 성인기의 휴지기 마지막까지 지속되는 불신과 같은 단계들 말이다. 일단 그 단계를 다 거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돌아가 유아기, 소년기 그리고 성인이 되어 '만약에'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닻을 올리지 않을 마지막 항구는 어디에 있는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S#1F.I. (Fade In) : 무대 위 조명이 들어온다. 무대의 그들은 위풍당당하다. 마치 생이 처음인 것처럼, 어떠한 좌절과 고통도 마주한 적이 없는 것 마냥. 막이 오르기 전의 적막은 메소드(method)로 가득할 환희 이전의 준비 태세일 뿐. 곧 막이 오르고 도취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조물주로서의 예술가는 고유의 세계를 창조한다. 첫 번째 개인전 《발의勃意》에서 박새들은 선인장을 닮은 오브제들을 자신의 피조물로 삼았다. 이 때 작가의 오브제가 그 탄생을 알리고 자신의 세계가 시작됨을 알렸다면 이 두 번째 개인전에서 박새들은 자신의 피조물에 정체성을 부여했다. 이 피조물은 이제 막 세계로 나와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세상 뽐내는 자태로 우리를 내려다본다. 《착의(着意)》라는, ‘의’자를 달리한 중의적 표현에서도 보이듯 이들은 뒤집어 쓴 거죽으로 아이템을 착장한 것이기도, 이로써 나름의 뜻을 세운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피조물은 이제 생의 한 시기를 지나 세계에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자존과 자립의 단계를 은유한다. 삶의 단계들은 일반적으로 도식화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앞선 인용구에서 허먼 멜빌은 유년기를 도취로, 소년기를 ‘맹목적인’ 신념으로 사춘기를 의심과 회의로 짝지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금세 그는 이 단계가 ‘만약에’로 영원히 되풀이된다고, 우리는 계속 항구를 떠도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금 무대 위 화려한 조명 속 선인장은 소년기의 ‘맹목적인’ 신념과 사춘기의 의심, 회의 사이에 있는 것 같다. 당신의 삶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또한 여기 박새들의 세계는 오브제와 조명, 몇 가지 사물, 사운드의 어우러짐으로 세계를 은유한다. 여기서 예술은 하나의 물리적 작품이라기보다 지금의 공기, 조명, 사운드가 만드는 하나의 분위기로 구현된다. 시각의 대상, 조명의 효과, 청각의 환기. 여기서 우리는 이 순간과 공간의 경험으로 하나의 세계를 체현함으로써 예술을 경험한다. 다종다양한 매체로 환기하는 그의 세계는 아직 진행 중이며 확장하고 있다. 그의 다음 전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배혜정(미술평론가) 1) 허먼 멜빌, 『모비 딕(Moby Dick)』, 김석희 역, 작가정신, 2011, 563쪽 참조 번역 일부 수정. 전시 제목 : CHAKUI CONTEST전시 작가 : 박새들 @nomoreonani전시 기간 : 2022.09.12 (월) - 2022.09.18 (일)관람 시간 : 13:00-18:00 전시 장소 : 아트스페이스 블루스크린(서울특별시 마포구 노고산동 56-76 지하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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